한중 정상, 3년만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격 회담 가져

 

“국제 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윤석열 대통령)

“한중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파트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한중 정상이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격 머리를 맞댔다.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3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준비 속에 ‘중국의 역할’이 긴요해진 상황에 있다. 시 주석으로선 대(對)중국 견제 전략을 펴는 미국으로 한층 가까워진 한국을 ‘광범위한 이익 교집합’을 앞세워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이해 속에 두 정상이 전격 만났지만 양국 간 입장차를 명확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북핵, 공급망 재편 등에서 시각차 뚜렷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비롯한 벼랑 끝 도발을 포기하도록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해달라는 뜻을 에둘러 전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면서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한중은 지역 평화 수호와 세계 번영 촉진에서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광범한 이익 교집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남중국해 등 미중이 갈등하는 안보 분야에서도 한중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망 협력을 비롯해 한미일이 대중 공조 전선을 구축한 것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경제협력을 정치화하고 범(凡)안보화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전했다. 윤 대통령에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의 중국 억제 정책에 동참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앞서 한미일 3국 정상은 13일 처음 중국을 겨냥해 발표한 포괄적 성명에서 ‘3국 경제안보대화’ 신설은 물론 “경제적 강압에 대항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시 주석이 윤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미일 공동성명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양측 이해관계로 전격 성사된 한중 회담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한중 정상회담 성사를 전격적으로 알렸다. 한중 정상은 당초 순방 전까지만 해도 ‘스탠딩(standing·선 채로 하는) 환담’이나 약식회담 형태로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순방 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시 주석과는 자연스럽게 회의장에서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국이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한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3연임은 물론 1인 장기집권의 길을 연 시 주석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가 강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윤 대통령과 직접 대면 회담에 나선 것도 한국을 미국의 대중 견제 전선에서 이탈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도 본격적인 한중 외교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한중 간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이 먼저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복합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 간 1.5트랙 대화체제도 구축하자”면서 “정치적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답했다.

현재 한중 간 풀어야 할 숱한 의제가 쌓여 있다. 한중 간 문화 콘텐츠 교류를 뜻하는 한한령(限韓令) 해제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방한을 재차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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