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진술에 따라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 운명 갈릴 수 있어

 

24일 새벽 석방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의혹 수사와 재판의 향배를 가를 '키맨'으로 떠올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김씨의 전언을 근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 428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진술에 따라 이 대표와 측근들 운명도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졌던 '천화동인 1호'는 최대 관심사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절반은 그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자, "100% 내 것"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21일 법정에서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성남시장 측 지분이란 걸 김씨에게 들었다"며 다른 의견을 내놨다.

검찰은 김씨가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때부터 이 대표 측과 유착하면서 사업 주도권을 쥐고 배당이익 지분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영장에도 이 대표 측근 '3인방'(정진상·김용·유동규) 몫으로 428억 원을 약정한 내용이 적혀 있다. 정 실장 등이 사업자 공모 8개월 전에 대장동 일당을 내정하고, 민간사업자 요구대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이익 1,822억 원만 받도록 사업을 설계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김씨가 약속한 배당이익을 받아 대선 경선 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 대표 측근들이 연루된 '428억 약속' 의혹을 가급적 김씨 진술을 토대로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지난 19일 구속된 정 실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남 변호사의 폭로 내용도 김씨 발언을 옮긴 '전언'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씨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김씨가 남 변호사처럼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 때부터 천화동인 1호에 차명 지분은 없다고 밝혀왔으며, 현재도 입장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역시 김씨가 키를 쥐고 있다. 지난해 '정영학 녹취록'에선 김씨가 정치권·법조계 인사 6명에게 50억 원씩 챙겨주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대장동 아파트(A12블록) 분양수익으로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곽상도 전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에게 돈을 건네려고 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법정에서 "김씨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뇌물 사건을 잘 봐달라고 김 전 총장에게 부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곽 전 의원만 '아들 퇴직금 50억 의혹'으로 기소한 뒤 최종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야권에선 검찰이 이재명 대표 주변과 민주당 인사들만 수사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대장동 의혹 전반을 살피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수사할 것"이라 밝혔다.

김씨는 이날 0시가 지난 직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소란을 일으켜 여러모로 송구스럽다"며 "법률적 판단을 떠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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